건강검진으로 복부초음파를 받다 보면 간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간이 있네요.”
“간이 조금 거칠어 보입니다.”
“간경변이 의심되니 추가 검사를 받아보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간경변이면 초음파에서 뭐가 다르게 보이는 걸까요?”
간경변은 흔히 ‘간이 딱딱해지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순히 간이 단단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간에 오랫동안 손상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간 조직이 흉터처럼 변하고, 간의 구조와 기능이 점차 달라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의사의 진단이나 치료 방법을 대신하기보다는, 복부초음파를 검사하는 소노그래퍼의 입장에서 간경변을 의심할 때 실제로 어떤 부분을 확인하는지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간경변은 어떤 상태인가요?
간경변은 간에 오랫동안 손상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간 조직이 섬유성 흉터 조직으로 바뀌고 간의 구조가 변하는 상태입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장기입니다.
영양소를 처리하고, 여러 물질을 대사하며, 혈액이 잘 굳도록 하는 단백질을 만들고, 몸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처리하는 역할 등을 합니다.
그런데 간 손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점차 손상되고 흉터 조직이 늘어납니다.
이 과정이 심해지면 간의 모양과 내부 구조가 달라지고 간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경변은 단순히
“간이 딱딱해진 상태”
라기보다는
“오랜 간 손상으로 간의 구조와 기능이 변한 상태”
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간경변은 왜 생기나요?
간경변은 한 가지 원인 때문에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만성 B형·C형 간염, 과도한 음주, 지방간과 관련된 만성 간질환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가면역성 간질환이나 담도질환, 일부 유전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간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이 간에 쌓이는 것 자체가 항상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간에 염증과 손상이 반복되면서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즉,
지방간 → 간에 염증과 손상이 반복 → 간섬유화 → 심한 경우 간경변
과 같은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방간이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바로 간경변을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간에 어느 정도의 섬유화가 진행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부초음파에서는 간경변을 어떻게 확인하나요?
복부초음파에서 간경변을 확인할 때는 간의 밝기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간의 모양과 표면, 내부 구조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주변 장기와 혈관의 변화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정상적인 간은 비교적 매끄러운 표면과 균일한 간 실질을 보입니다.
간경변이 진행되면 간의 구조가 변하면서 다음과 같은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간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경우
- 간 실질이 균일하지 않고 거칠게 보이는 경우
- 간의 모양이나 각 엽의 크기가 달라지는 경우
- 비장이 커져 있는 경우
- 문맥의 변화가 관찰되는 경우
- 복수가 보이는 경우
하지만 이런 소견 중 하나만 보인다고 해서 바로 간경변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초음파는 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혈액검사와 간탄성도검사 등 다른 검사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장과 혈관도 확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간경변이 의심될 때 초음파에서 중요한 것이 비장과 문맥입니다.
간경변이 진행되면 간 내부의 혈류가 원활하게 지나가기 어려워지면서 문맥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문맥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문맥고혈압이 생기면 비장이 커지거나 복수가 생기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도나 위 주변의 혈관이 늘어나는 정맥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복부초음파에서는 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간 → 비장 → 문맥 → 복강 내 복수
를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비장은 왜 확인할까요?
간경변이나 문맥고혈압이 있는 경우 비장이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간경변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비장의 크기도 함께 확인합니다.
물론 비장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간경변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장비대 역시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초음파 소견과 혈액검사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문맥은 왜 확인할까요?
문맥은 위와 장, 비장 등에서 나온 혈액을 간으로 보내는 중요한 혈관입니다.
간경변으로 간 내부의 구조가 변하면 이 혈액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초음파에서는 문맥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도플러를 이용해 혈류의 방향이나 흐름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복수는 어떻게 보이나요?
복수는 배 안에 액체가 비정상적으로 차는 것을 말합니다.
초음파에서는 복강 안에 액체가 고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간경변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간경변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복수가 함께 보인다면 중요한 참고 소견이 될 수 있습니다.
간경변을 확인할 때 혈액검사는 무엇을 보나요?
간경변을 평가할 때는 흔히 말하는 간수치만 확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간세포가 손상되고 있는지뿐 아니라, 간이 실제로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검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AST, ALT
간세포 손상과 관련된 대표적인 검사입니다.
하지만 AST와 ALT가 정상이라고 해서 간경변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알부민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간의 합성 기능이 떨어지면 알부민이 낮아질 수 있어 간 기능을 평가할 때 참고합니다.
빌리루빈
간에서 처리되는 물질로, 간 기능이나 담도에 문제가 생기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빌리루빈이 많이 증가하면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보이는 황달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혈소판
간경변이 진행되면서 문맥고혈압과 비장비대가 발생하면 혈소판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간경변을 평가할 때 혈소판 수치도 함께 확인합니다.
PT/INR
혈액이 정상적으로 굳는 데 필요한 여러 단백질은 간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간의 합성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응고와 관련된 검사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간경변의 원인을 찾기 위해 B형·C형 간염 관련 검사나 자가면역성 간질환 등을 확인하는 검사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간탄성도검사는 간경변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간경변을 이야기할 때 간탄성도검사도 함께 들어보셨을 수 있습니다.
간탄성도검사는 간 조직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간섬유화가 진행되면 간이 점점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간의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간탄성도 수치 하나만으로 간경변을 확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음파 소견, 혈액검사, 간탄성도 결과와 환자의 병력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하게 됩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간섬유화와 간탄성도는 간경변으로 진행되기 전 간의 상태를 평가하는 데에도 중요한 검사입니다.
간경변은 치료할 수 있나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간경변이면 치료해서 정상 간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간경변으로 이미 진행된 간의 흉터를 완전히 없애는 특별한 치료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간경변의 원인을 치료하고 더 이상 간 손상이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만성 B형·C형 간염이 원인이라면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알코올이 원인이라면 금주가 중요합니다.
지방간과 관련된 경우에는 체중 관리와 식습관, 운동 등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성 간질환이나 담도질환 등 다른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합니다.
또한 간경변으로 인해 복수, 정맥류, 간성뇌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각각의 합병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즉, 간경변 치료의 핵심은
원인을 치료하고 → 간 손상의 진행을 막고 →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
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간경변이 더 진행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간경변이 진행되면서 간의 기능이 떨어지고 문맥고혈압이 심해지면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복수, 식도·위 정맥류, 간성뇌증, 황달, 부종 등입니다.
복수
배 안에 물이 차면서 배가 불러오거나 불편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식도·위 정맥류
문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식도나 위 주변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혈관이 터지면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성뇌증
간의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몸에서 생긴 독성 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혼란, 집중력 저하, 기억력 변화,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황달
간에서 빌리루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할 수 있습니다.
간암
간경변이 있는 경우 간세포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간암 감시가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간경변 환자에서는 초음파 등을 이용한 정기적인 감시가 권고됩니다.
간부전
간의 손상이 매우 심해져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처럼 간경변이 심해진 상태를 비대상성 간경변이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간부전까지 진행하면 간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복부초음파에서 간경변이 의심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검진에서
“간이 거칠게 보입니다.”
“간경변이 의심됩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초음파 결과만으로 간경변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초음파에서 어떤 소견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간탄성도검사 등의 결과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초음파에서는
간의 모양과 표면
간 실질의 상태
비장의 크기
문맥과 혈류
복수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합니다.
그래서 초음파검사를 할 때는 단순히 “간이 밝다” 또는 “간이 거칠다”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간 전체의 모습과 주변 구조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들이 자주 궁금해하는 간경변 Q&A
간수치가 정상인데도 간경변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AST와 ALT 같은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간경변이 반드시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간경변은 간수치만으로 판단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초음파, 혈액검사, 간탄성도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간경변은 증상이 바로 나타나나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이나 다른 이유로 검사를 하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경변이 있으면 술을 조금만 마셔도 괜찮을까요?
간경변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술은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코올은 이미 손상된 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주가 권장됩니다.
간경변이 있으면 간암으로 반드시 진행하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간경변이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암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간경변은 단순히 “간이 딱딱해진 상태”라고 생각하기보다,
오랜 간 손상으로 간의 구조와 기능이 변한 상태
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부초음파에서는 간의 표면과 모양, 간 실질뿐 아니라 비장과 문맥, 복수 등 간경변과 관련된 주변 변화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혈액검사에서는 AST와 ALT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혈소판, 알부민, 빌리루빈, PT/INR 등을 함께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간탄성도검사를 통해 간의 단단한 정도를 평가합니다.
그리고 간경변이 확인되었다면 원인을 치료하고 간 손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복수, 정맥류, 간성뇌증, 간암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부초음파에서 “간이 거칠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말 하나만으로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어떤 초음파 소견 때문에 그런 설명을 들었는지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간탄성도 등 필요한 검사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건강검진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간낭종, 간혈관종, 간석회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간에 혹이 있다는데 괜찮은 건가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각각 어떤 의미인지, 초음파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